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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은 왜 물에 가라앉지 않고 뜰까?

읽는 시간 약 9분

컵에 물을 담고 얼음을 넣으면 얼음은 자연스럽게 물 위로 떠오릅니다. 너무 익숙한 모습이라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꽤 흥미로운 현상입니다.

일반적으로 물질은 액체에서 고체로 변하면 입자들이 더 촘촘하게 배열되면서 밀도가 높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물이 얼어서 만들어진 얼음도 물보다 무거워져 가라앉아야 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입니다.

그 이유는 물이 가진 독특한 분자 구조와 수소결합에 있습니다.

물에 뜨고 가라앉는 것은 무엇이 결정할까?

먼저 밀도를 알아야 합니다.

밀도는 일정한 부피 안에 얼마나 많은 질량이 들어 있는지를 나타냅니다.

쉽게 말하면 같은 크기의 두 물체가 있을 때 더 많은 질량이 들어 있는 쪽의 밀도가 더 높습니다.

물체가 액체보다 평균적으로 밀도가 낮으면 뜨고, 높으면 가라앉는 경향이 있습니다.

얼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얼음이 물 위에 뜨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얼음의 밀도가 액체 상태의 물보다 낮기 때문입니다.

0℃ 부근에서 일반적인 얼음의 밀도는 약 0.917 g/cm³이고, 액체 상태의 물은 약 1 g/cm³에 가깝습니다.

같은 부피라면 얼음 쪽의 질량이 더 작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얼음은 물에 넣었을 때 가라앉지 않고 떠오릅니다.

그런데 같은 물질인데 왜 밀도가 달라질까?

여기서 진짜 궁금한 점이 생깁니다.

얼음과 물은 모두 H₂O입니다.

화학적으로 같은 물질인데 어떻게 고체인 얼음의 밀도가 오히려 더 낮을 수 있을까요?

답은 물 분자들이 서로 배열되는 방식에 있습니다.

물 분자 하나는 산소 원자 하나와 수소 원자 두 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물 분자들 사이에는 **수소결합(hydrogen bond)**이라고 부르는 분자 간 상호작용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액체 상태에서는 물 분자들이 계속 움직이며 수소결합이 끊어지고 다시 형성됩니다.

그래서 분자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빈 공간을 메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물이 얼기 시작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물이 얼면 분자 사이에 빈 공간이 생긴다

온도가 내려가면서 물이 얼면 물 분자들은 아무렇게나 움직이지 못하고 비교적 규칙적인 결정 구조를 형성합니다.

일반적인 대기압에서 만들어지는 얼음에서는 수소결합 때문에 물 분자들이 열린 육각형 구조를 포함하는 결정 배열을 형성합니다.

이 구조에는 액체 상태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빈 공간이 존재합니다.

즉,

액체 상태의 물

분자들이 움직이면서 비교적 촘촘하게 배열될 수 있음

↓

고체 상태의 얼음

수소결합에 의해 열린 결정 구조 형성

↓

분자 사이 공간 증가

↓

같은 양의 물질이 차지하는 부피 증가

↓

밀도 감소

이 때문에 물은 얼면서 오히려 부피가 커집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도 물이 얼 때 약 9% 팽창하며 얼음의 밀도가 액체 상태의 물보다 낮아진다고 설명합니다.

물은 얼면 약 9% 정도 부피가 커진다

물을 가득 채운 용기를 냉동실에 넣으면 용기가 부풀거나 심한 경우 깨질 수 있습니다.

물이 얼면서 부피가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물 분자의 수가 갑자기 늘어난 것은 아닙니다. 같은 양의 물이 얼음의 결정 구조를 만들면서 더 넓은 공간을 차지하게 되는 것입니다.

질량은 거의 그대로인데 부피가 커졌으니 밀도는 낮아집니다.

그래서 얼음을 물속에 넣으면 얼음이 물보다 밀도가 낮아 떠오르게 됩니다.

이 특성은 겨울철 수도관이 동파되는 이유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관 내부의 물이 얼면서 팽창하면 주변 구조물에 큰 압력을 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얼음은 얼마나 물 밖으로 나올까?

얼음 조각을 물에 띄우면 전부 물 위에 올라오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은 물속에 잠기고 일부만 수면 위로 보입니다.

이것 역시 밀도 차이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얼음의 밀도가 액체 물 밀도의 약 92% 수준이기 때문에 얼음의 상당 부분이 물속에 잠긴 상태에서 부력이 얼음의 무게와 균형을 이룹니다.

단순화하면 일반적인 담수에서 떠 있는 얼음은 약 90% 정도가 물속에 잠기고 약 10% 정도가 수면 위로 드러나는 모습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실제 비율은 물과 얼음의 온도, 염분 등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빙산을 설명할 때 흔히 말하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표현도 이런 특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부분보다 물속에 잠긴 부분이 훨씬 큰 것입니다.

물은 4℃ 부근에서 또 한 번 특이해진다

물의 특이한 성질은 얼음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액체는 온도가 내려가면 점점 밀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도 온도가 내려가면서 밀도가 증가하지만, 일반적인 대기압에서는 약 4℃ 부근에서 액체 물의 밀도가 최대가 됩니다.

그보다 더 차가워져 0℃에 가까워지면 오히려 물의 밀도가 조금씩 감소합니다.

이것 역시 물 분자 사이의 수소결합과 구조 변화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즉 물은 단순히

차가워질수록 계속 촘촘해진다

라고 설명할 수 없는 독특한 물질입니다.

이 성질이 없다면 겨울의 호수는 어떻게 될까?

얼음이 물에 뜨는 성질은 단순히 음료수 속 얼음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닙니다.

자연 생태계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겨울이 되어 호수 표면의 물이 차가워지면 밀도 변화에 따라 물의 이동이 일어납니다. 이후 표면의 물이 얼면 얼음은 가라앉지 않고 위에 남습니다.

그 결과 호수는 보통 표면부터 얼기 시작합니다.

표면에 만들어진 얼음층은 아래쪽 물과 차가운 외부 공기 사이의 열 전달을 줄이는 역할도 합니다.

따라서 호수 전체가 바닥까지 빠르게 얼어붙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됩니다.

얼음이 물보다 무거워 계속 바닥으로 가라앉는 물질이었다면 겨울철 호수의 모습과 수중 생태계의 환경은 지금과 크게 달라졌을 것입니다.

바닷물에서도 얼음은 뜰까?

바닷물에서도 얼음은 뜹니다.

다만 바닷물에는 소금 등 여러 물질이 녹아 있어 담수보다 밀도가 높습니다.

바닷물이 얼 때 소금 대부분은 얼음 결정에서 배제되기 때문에 해빙과 주변 바닷물의 밀도 관계는 단순한 담수와 조금 다릅니다.

그래도 기본 원리는 같습니다.

얼음의 밀도가 주변 액체보다 낮기 때문에 바다에서도 얼음이 떠 있을 수 있습니다.

거대한 빙산과 해빙이 바다 위에 떠 있는 것도 이러한 밀도와 부력의 원리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얼음이 녹으면 컵의 물이 넘칠까?

컵에 물을 담고 얼음을 띄운 뒤 물을 컵 가장자리까지 채웠다고 생각해 봅시다.

얼음이 녹으면 물의 양이 늘어나 컵 밖으로 넘칠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물에 떠 있는 순수한 얼음만 생각한다면 얼음이 녹아도 일반적으로 물의 높이는 거의 그대로 유지됩니다.

떠 있는 얼음은 자신의 무게와 같은 무게의 물을 밀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얼음이 녹아 물이 되면 바로 그만큼의 질량을 가진 물이 되므로, 이전에 얼음이 밀어냈던 물의 양과 균형을 이룹니다.

이것은 아르키메데스의 원리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제 바다의 해수면 문제는 해수의 염분, 온도, 육지 위의 빙하가 바다로 유입되는 현상 등 다른 요소가 함께 작용하므로 단순한 컵 실험과 동일하게 볼 수는 없습니다.

한 번에 정리하면

얼음이 물에 뜨는 과정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물의 온도가 내려감

↓

물 분자 사이 수소결합의 영향이 커짐

↓

물이 얼면서 열린 결정 구조 형성

↓

분자 사이 평균적인 공간 증가

↓

같은 질량이 더 큰 부피를 차지함

↓

얼음의 밀도가 액체 물보다 낮아짐

↓

얼음이 물 위에 뜸

결국 핵심은 얼음이 가벼운 물질로 변해서가 아니라 같은 H₂O라도 분자 배열이 달라지면서 밀도가 낮아지는 것입니다.

마무리

얼음이 물 위에 뜨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얼음의 밀도가 액체 상태의 물보다 낮기 때문입니다.

그 밀도 차이를 만들어내는 핵심에는 물 분자 사이의 수소결합이 있습니다. 물이 얼면 분자들이 열린 결정 구조를 만들면서 액체 상태보다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그 결과 부피가 증가하면서 밀도가 낮아집니다.

평범한 물 한 잔에 떠 있는 얼음에서도 분자 구조, 밀도, 부력이라는 여러 과학 원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작은 성질 하나는 겨울철 호수가 표면부터 얼고 그 아래에 액체 상태의 물이 남을 수 있는 자연환경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참고자료

sain9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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